[<은하수>잡지 '영동컵'수필응모 은상 수상작(2000년)]


바다가 행복 

김미령

 

청도에 살면서 짬만 나면 찾아가는 곳이 바다이다.

낮은 산과 습기있는 눅눅한 풀밭에서도 자라는 붓꽃처럼 살고싶어서, 가슴에 목련 한그루 키우고 싶어서 저도 모르게 멈춘 곳이 청도였다.

내가 만약 아무런 문제도 없는 행복하고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아마 청도에 오지 않았을것이다. 아무리 불행한 일이라도 그것을 힘으로 돌려세우면그것이 행복으로 되기에 난 자신의 고통을 깊이깊이 캐내면서 상처의 딱지를 벗겨내는, 자신을 찾는 여행을 청도에서 해왔다. 

내가 오늘까지 청도에 남을 있는 것은 선택의 유무가 아니라 바다처럼 자신을 응시하고 싶고, 자신을 안고싶고, 발견하고 싶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바다처럼 살고싶어서였기때문이다.

외로움의 그물에 걸려 이유없이 울고싶을 때가 많았지만 바다에 떠도는 어선과 갈매기떼들을 생각하면서외로움을 넘긴다. 오래전부터 바다를 좋아했던 난 삶의 순간순간 아픔을 느낄 때면 바다를 찾아갔었다. 

그리고는 내가 띄운 나룻배가 지금쯤 어디에서 방황하고 있는지 찾아보군 했다. 바다물에 씻은 맑은 눈으로 어른어른 비치는 세속을 들여다볼 때나 바다물을 남비에 담아 끓일 때면 난처음으로 이 세상에서, 영혼의 설레임을 어떤 추상의 세계로 경험했다. 그립고, 따뜻하고, 아늑하고, 화사한… 

꿈들은 내가 지나왔던 시간들의 궤적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청도에 있는 동안 힘겨움에 못이겨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 마음대로 오고싶어서 온 것은 아니지만, 별이 없는 밤하늘을 바라볼 때나 실패와 부정의 방패에 맞아 선지피가 흐를 때도 바다처럼 살기 위한그날 그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모를 있을만큼 갈팡질팡하며 바보같은 길을 많이 걸었다. 고통과 후회가 두텁게 깔린 하얀 백사장에 앉아서 부서지는 모래성을 그저 끝없이 쌓고만 싶었다. 

내가 엮어온 어두운 지난날을 비가 되어 시원히 내리게 하고 나는 바다가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가까워지는나의 아침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어둠에도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기에 난 밤에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들으면서 순수한 세상을 꿈꾸었다. 

가난을 맞아들여 즐거움으로 바꾸고, 실패를 배웅하여 웃음으로 갈아 얼룩을 씻어주는 뉘우침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싶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잠시 되돌아서서 안개가 걷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길이 나타난다. 아픔속에 지워야 할 내 그림자가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서 허약한 몸으로 어딘가 사라지고 있다.

원래 정신적인 뿌리와 기둥이 든든치 못했던 내가 거칠고 야박한 세상을 살아가기엔 너무나 물먹은 솜이었다. 햇빛이 바다에 가라앉아도, 바람이 바다를 차갑게 여미어도 끈끈한 사랑 안고 긴 세월을 보내며 늙지 않는 모습과 마음으로 하늘끝까지흘러가는 바다를 그저 바라볼 수 만 있다면 바위에 부딪혀 부서진다 해도 그렇게 살고만 싶었다.

물위에 떠있는 동화속의 도시처럼 자신의 출신, 과거, 사연, 상처 같은 것을 잊고 그림처럼 바다위에 떠있고 싶다.

바다도 때론 외로워서 섬이라는 것이 생긴 것이 아닐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인생을 뙤약볕에 말리우고 신선한 빛을 전설이 있는 옛날로부터 피 흘려 싣고와바다의 몸에 아낌없이 아낌없이 뿌리고 싶었다.

변하지 않고는 없는 시대지만 바다처럼, 변해서는 안되는 그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고 망설임없이 바꾸고 싶은 자신을 바꿔야 한다. 길을 가다가 보는 이 세상 모든 걸 바다품에 안겨보면 그 느낌이 시인의 마음처럼 신비하게 안겨온다. 아주 작은 몸짓 하나로라도 나의 감동이 길게 남게 할 수 있는 것은 온몸 전부 부어도 결코 무겁게느껴지지 않는 바다이기때문이다.

바다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늙은 할아버지가 고마워서 같이 쓰레기를 줍다가 문득 내가 버린 것도 발견한다. 어쩌면 진실은 그렇게 쉽게 쓰레기와 함께 버려질뿐만 아니라 평소 느껴보지 못했기에 다시 보면 무척 낯선 것이 아닐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파도소리를 베개가에 실어오고 하얀 달빛을 잠자리로 옮겨와 자장가로 위안삼아들으며 인생의 밑바닥을 느끼고 싶었다. 비틀어보는 이 세상에서 착한 사람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 바다는 어리석음에 흔들려 시린 아픔을 물결에 간직하고 자기 몸속 녹아있는 소금처럼모든 고통을 끌어안는다. 그럴 때면 모든게 사라져 해결이 된다.

갈매기가 가다가는 바다물에 발길을 스치는 것은 정처없이 왔다가 떠나가는 조수가 남긴 상처뿐인 흔적을지우고싶어서 그런 것이다. 계절이 다가와도 갈아입을 옷이 없는 나보다 외롭고 추운 바다에게 나는 속옷까지 벗어주고 알몸뚱이가 부끄러워 땅속으로 숨어버리는 용기마저 잃어버린다. 추했던 내 모습 깨끗이 거두고 화려한 고독과 사이좋게 헤어지면서 변화되어 다르게 살고 싶어서 난 잠들지않는 슬픔을 다독이면서 파도 이름을 불러본다.

남의 눈에는 불행하게 보일지라도 자신은 불행하기 싫어 바다의 노래를 조용히 부르기 시작했고 바다가전하는 말을 마음속에 담아두기 시작했으며 처참하게 일그러진 모습이라도 바다가 주는 맑고 순수한 행복을 가슴에 가득 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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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김명숙

1974년 2월 15일 료녕성 무순시 출생

븍경언어대학 공상관리 전업(北京言大 工商管理 专业)

수필 바다가 행복  흑룡강성 영동컵수필대회 은상, 수필 슬퍼서 산다 한국 KBS방송 우수상, 생활수기 성공한 사람으로 보다 가치있는 사람으로 전국애심포럼 2회 공모대회 은상.

흑룡강신문사 산동지사 부사장,  

연변작가협회 회원, 청도조선족작가협회 부회장, 청도조선족녀성협회 집행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