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민들레 문학상 응모작품 심사평

김염화 (칭다오농업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머리말

안녕하십니까. 제2회 민들레문학상 응모작 심사를 맡은 김염화입니다. 우선 중요한 행사에 심사를 맡게 해주신 이문혁 회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최대한의 실력을 발휘하여 훌륭한 작품으로 응모해 주신 참가자분들께도 무한한 존경을 표하는 바입니다. 심사평 의뢰까지 받을 줄은 예상 못했었는데 이왕 맡은 바에는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자세한 평을 내릴 수 있도록 애써 봤습니다. 미흡한 점이 있다면 아낌없는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문학평론가 콜리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시인이나 역사가가 되려고 하다가 실력이 부족한 것이 드러나면 비평가가 된다.”

자리에 서있는 제가 애당초 대단한 비평가일리는 없고 단지 글을 좋아하지만 좋은 글을 쓸 실력이 부족해서 여기에 서있다는 것을 우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시인 바이런은 비평가들을 향해 코방귀를 뀌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비평가의 말을 믿기보다는 차라리 12월에 장미꽃을 찾는 편이 낫다”

 모든 비평가들에게 각자의 서로 다른 견해가 있듯이 문학 작품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체험도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발표할 심사평 역시 제가 문학을 공부해온 이론적인 부분을 전제로 한 독자로서의 생각을 정리한 것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제 졸견에 동의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만 장미꽃 찾으러는 안 가셨으면 하는 간곡한 부탁을 드려 보겠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와서, 응모작 전체에 대한 요약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응모작 총 작품수는 55부(시 34수, 수필 17편, 소설 5편)로 장르 측면에서 시, 시조, 수필, 실화, 단편소설, 벽소설,  미니소설 등 여러 가지 장르 명이 보이는 가운데 시가 전체 작품의 과반수라는 것과 산문 범주에서는 수필의 작품수가 소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내용 측면에서는 급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과 그 삶 속에서 경험하는 애정, 우정, 혈육의 정 등의 여러 가지 감정, 그리고 체험과 사색을 통해 깨닫게 되는 인생철학 등을 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작품들을 통해 응모자분들이 공들인 흔적과 우리 언어와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여 작품의 우열을 가리고 순번을 매기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심사위원들의 고심 끝에 최종으로 수상작을 선출하였습니다만 당선작 외 기타 작품들도 나름의 가치를 갖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음은 이번 응모작품들이 갖고 있는 특징들을 장르와 문체, 내용 등 몇 가지 측면을 아울러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시 부문

시는 일반적으로 수필이나 소설에 비해 편폭이 훨씬 짧은 특징을 갖고 있는 동시에 그만큼 짧은 글 속에 수필이나 소설에 못지 않은, 심지어 더 오묘하고 깊은 감정들을 녹여 넣어야 하는 난점도 갖고 있습니다. 쉽게 씌어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하여 어렵게 완성을 해야 하는 장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모작 중에 시 작품이 과반수라는 점은 참으로 경이로우며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시 부문 응모작에서 나타난 특징들을 종합하여 설명드리겠습니다.

 

1.1  소재와 시의 구성

예술가들이 나무를 깎아 조각품을 만들고 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드는 것과 같이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만드냐가 예술품 창작 과정의 기본 틀이라고 할 때 시 창작에 있어서 ‘무엇’은 시의 소재이고 ‘어떻게’는 시의 구성이 되겠습니다.

응모작품들에서 다루어진 소재는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과 같은 계절과 꽃ㆍ나무와같은 식물, 별ㆍ바람ㆍ비ㆍ눈과 같은 자연 현상, 코신ㆍ피리와 같이 전통과 고전을 회상케하는 사물, 고민이나 행복감과 같은 인간의 정서, 그리고 요즘 시대를 반영하는 코로나ㆍ바이러스ㆍ마스크 등과 같은 사회 현상 등을 아우르고 있는데, 시 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소재뿐 만 아니라 현시대의 사회 양상을 반영하는 새로운 요소들도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물론 소재의 취사 선택이 관건이지만 소재가 참신하거나 적절한 것만으로 작품 전체의 가치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소재들로 시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구슬을 그냥 구슬로 존재하게 하느냐, 아니면 잘 꿰어서 보배로 만드느냐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시는 대체적으로 시적 화자의 감정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시어를 배열하고 구성하는 정형시와 형식적인 규칙을 무시하는 자유시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응모작 중 대부분 시 작품은 20행 내외의 편폭을 갖추고 있는데 그 중에 <나는 모른다>라는 작품을 보면 6행씩 4연으로 구성되고 매 연의 첫 행은 “나는 …… 모른다”의 일정하게 반복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정형시의 전통을 이어받은 현대시 범주로 볼 수 있습니다. 구성 뿐만 아니라 기법 상에서 역설적으로 시적 화자가 모르는 것이 알고 있는 것임을 표현했기 때문에 시인의 시적 기교가 엿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응모작품 중에는 40행을 넘는 장시가 있는가 하면 5행 짜리 단시도 있고 행은 장단이 고르지 않으나 보통 10자 이내의 짧은 행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부분은 자유시의 ‘자유’라는 함의가 잘 드러난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장시는 편폭이 길어서 혹 서정성보다 서사성이 강조될 수 있기 때문에 시의 기승전결 구성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42행으로 구성된 시 <집 잃은 소녀>는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듯한 서사성이 분명 있지만 행과 연의 배치, 그리고 적절한 시어 사용으로 서사성을 극복하고 서정정을 두드러지게 하였습니다. 단 응모작 중에 8행 미만의 단시들은 감정을 최대한 압축하여 표현하는 부분에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1.2 시적 언어

문학은 언어 유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소재와 시의 구성은 최종적으로 시인이 골라낸 어휘들에 의해 표현됩니다. 시에 사용된 어휘를 시어라고 따로 명명하는 것은 지시적 기능을 갖고 있는 기타 장르 작품의 언어와 달리 비유, 상징, 인유, 패러디 등 표현기법을 거치거나 적당한 자리에 적절하게 사용하여 심상을 창조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어의 취사선택이 시 작품의 완성도에 관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형식주의 문학비평가인 시클롭스키가 “시어란 일상어에 가해진 조직적 폭력”이라고 표현했듯이 일상어로 전달이 안 되는 추상적이고 주관적이고 애매한 인간의 감정을 시어는 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 <피리>에서는 “바람 한 점 품지 못하는 가슴은/ 향기마저 잃은채 구슬피 흐느낀다”라는 시구가 보이는데 여기서 “가슴”과 “흐느낀다”라는 두 어휘가 시 전체의 시상을 표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가슴”이라는 어휘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바람 한 점 품지 못하는 가슴이라고 해서 피리의 텅 빈 속에 간직한 아픔가 슬픔을 묘사함에 있어서는 가장 적절했던 것 같고, “흐느낀다”는 피리가 멜로디를 연주한다기보다는 슬픈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 듯하여 독자로 하여금 시ㆍ청각적 이미지를 환기하게 합니다.

<불면의 나날>은  “침몰된 밤,창가”, “적막의 빈틈을 쪼아 먹는 새 한 마리”, “창가에 녹아 내려 신음하는 손목”과 같이 시의 핵심 어휘들을 적절하게 수식하여 불면의 밤을 연상케 하는 시각적 이미지를 생동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이밖에도 시어를 적절하게 사용한 예가 많지만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2. 수필 부문

앞에서 언급한 시는 형식과 표현에 있어서 지켜야 할 틀과 규칙이 있는 반면 수필은 말 그대로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개인적인 서정이나 사색, 성찰을 산문 형식으로 표현하는 문학 양식으로 “붓을 따라서, 붓이 가는대로 쓰는 글”이라고 합니다. 이번 응모작 중에 수필은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가장 많이 나온 장르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백낙청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문학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현실적 중요성은 우리가 실천하는 만큼만 터득할 수 있으며, 또 터득하는 만큼만 실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문장에서 삶과 문학은 병존하고 서로 공유하며 인간은 현실 속에서 깨닫고 그 깨달음이 다시 인간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변증법적 관계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의미로 보면 수필은 인간의 삶과 감정, 사색과 깨달음을 가장 성실하고 진솔하게 표현하는 장르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수필 응모작품들을 보면 가족 사이의 애틋한 감정이나 작자 자신의 현재와 지난날에 대한 사색, 작은 감동들이 배어 있는 일상에 대한 묘사와 그 일상생활 속에서 터득한 인생 철학, 그리고 민족에 대한 사고 등과 같은 풍부한 소재가 담겨 있습니다.

 

2.1 애틋한 가족애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믿음과 모순과 화해는 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이번 응모작 중에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부모와 자식 사이, 여기서 많은 부분은 어머니와 나 사이의 끈끈한 감정을 때론 말로, 때론 눈빛과 표정으로, 때론 시간이 많이 지나서 깨우치는 식으로 진하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수필 <노란 단풍>을 보면 제목과 같이 전체 작품이 밝은 톤으로 완성되어 한 폭의 아름다운 유채화를 감상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작품은 나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생의 끝자락에 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지만 측은지심이나 참회 같은 감정이 아닌 한 줄기의 난류가 잔잔하게 마음 속으로 흘러들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잘 말해 주는 문장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엄마의 기분이나 휠체어를 미는 나의 기분이나 똑같은 행복감이다.…… 바람결에 하느작거리는 엄마 목에 걸친 노란 스카프와 하얀 파마머리는 내 눈에 가을나무의 단풍잎처럼 아름답다.” “가을은 아름답다. 꽃도 숲도 나무도 우짖는 까마귀 소리도 모두 정답고 아름답다. 그러나 푸르싱싱한 생명은 세월의 풍상을 겪으며 한 잎의 낙엽으로 떨어진다.” 작자는 아름답다는 어휘를 여러번 사용하면서 가볍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끌고 가다가 결말 부분에서 어머니가 떠난 슬픔을 자연의 순리를 상징하는 떨어지는 낙엽으로 형상화하며 높은 경지로 승화한 것 같습니다.

수필 <엄마의 빈자리> 역시 엄마와 나 사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주로 엄마의 인생이 나의 삶의 방식에 미친 영향을 다루고 있어 엄마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못남에 대한 자책에 이어 엄마도 엄마 나름대로 자식한테 사랑을 쏟았었구나를 깨우치기 까지의 작자의 눈물 자국이 배어 있는 스토리와 깨달음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2.2 삶에 대한 성찰

시와 같은 구속이 없고 소설과 같은 서스펜스가 없는 것이 수필이겠지만 시의 여백을 채우고 소설의 깊이를 알아보는 장르가 수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필은 삶 자체이자 삶의 사고가 담겨 있기 때문에 수필가는 문단의 철학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삶의 진리에 집중한 수필 작품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확고해지기도 합니다. 수필 <낙엽이 되기 전 고운 단풍으로>와 <생각이 많은 계절에>는 앞에서 언급한 <노란 단풍>과 유사한 맥락을 갖고 있는 작품입니다. <낙엽이 되기 전 고운 단풍으로>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한 할머니의 인생을 바라보며 “떨어지는 낙엽은 뿌리로 되돌아간다”는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받아들여 인생의 끝자락을 고운 단풍이 되고자 하는 성찰을 보여 주고 있고 <생각이 많은 계절에>는 한 백발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의 살아온 지난날과 앞으로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한 사색을 적고 있습니다.

사색에 집중한 작품으로 또 수필 <꽃피는 계절>과 <아차비아 하우자재>를 들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을 사색하는 자의 자세로 바라보며 그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고 더 긍정적이고 더 나은 인간으로 성숙해 가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가족이 아이와 더불어 성장해가는 <가족의 이름>, 민족에 대한 사고를 담은 <꽃과 뿌리>, 이성간의 우정을 다룬 <벽을 문이라고 내민다> 등과 같은 작품들도 다양한 측면의 스토리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감정이나 사색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3. 소설 부문

수필이 사실을 다루고 그 사실 속에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논픽션인데 반해, 소설은 현실에 상상력을 더하여 인물과 사건, 감정까지를 창조해 내는 논픽션입니다. 서사문학이라는 점에서 수필과 가깝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설이라는 장르의 탄생과 발전은 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습니다. 서양의 그리스 서사시, 동양의 춘추 시대 <시경>,  고려 시대 시화집-패설 등과 같은 단단한 문학적 바탕이 없었다면 소설의 탄생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한글 소설은 조선 시대 훈민정음 반포 이후  <홍길동전>이나 <구운몽>과 같은 소설이 창작되기 시작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문단에서 소설이 갖고 있는 위상 만큼 창작에 대한 요구 또한 엄격하여 갈고닦은 내공이 없으면 도전하기 어려운 장르임이 분명합니다. 응모작품은 총 5편으로 단편소설 3편과 벽소설 2편을 포함합니다. 응모작품들에 대해서는 단편소설 <우>와 <노크> 두 작품을 들어 그 스토리와 짜임새에 대해 요약하도록 하겠습니다.

 

3.1 단편소설 <우>

단편소설 <우>는 패옥을 뜻하는 우()라는 제목으로, 패키지여행 중에 백화점 종업원들이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벌인 사기행각을 현장감 있게 다룬 작품입니다.

우선, 인물 측면에서 보면, 스토리는 5박 6일 여행 중 네번째 날에 한 쇼핑센터에서 발생한 사건을 둘러싸고 전개되는데 짧은 시간 안에 개성이 서로 다른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인물 하나하나가 확연히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 초면이지만 누가누구인지를 한번에 분간할 수 있도록 외모와 표정, 말투와 동작에 대한 묘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여 종업원”이 “미녀 종업원”으로 달리 불려도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묘사가 디테일합니다.

다음, 구성을 보면 작품의 첫머리에 낯선 여인을 등장시키는 것으로 복선을 깔고 중간중간 그 여인의 신분을 의심하게 하는 묘사를 넣어 주고 결말에 신분을 밝히는 부분도 작품이 하나의 완전체로 짜이도록 만들어 준 센스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작품의 구성이 잘 짜였다는 것은 사건의 발생, 발단, 전개, 절정, 위기, 결말 등 부분의 배치가 적절하게 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언어의 취사와 문장의 구조를 보면, 작자가 특별한 언어들을 골라 쓰는 데 집중했다기보다 일반적인 언어가 문장에서 각자의 역할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 물 흐르듯이 매끄럽게 언어를 조직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컨대 여 종업원을 묘사함에 있어서 “이름과도 같이 눈처럼 흰 피부에 통통한 체격의 20대 후반 아가씨는 여행객들과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눈꼬리를 살짝 치켜들고 달콤하게 웃어주는 호감형이었다.” 라고 적었는데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좀 많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순서나 수식에 의한 적절한 배치로 막힘없이 읽혀지는 어감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 문장만 더 들어 보자면 “정주에서 온 남자가 익살스러운 롱담 한마디를 던지자 그 옆에 있던 아내가 눈을 곱게 흘겼고 일행은 까르르 웃음보가 터져버렸다.”나 “남자가 안경을 벗어 테이블 우에 올려 놓고 눈언저리를 꾹꾹 누르며 하는 말이였다.”같은 것입니다.

이밖에, 사건의 발생 시간이 짧고 현재시제로 모든 상황이 묘사되었다는 점에서 현장감과 긴장감을 더 해주는 것이 이 작품의 또 다른 중요한 장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3.2 단편소설 <노크>

앞에서 본 단편소설  <우>에서 결말에 대반전을 터뜨리는 한 사건을 다룬 것에 반해, 단편소설 <노크>는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시간 속에서 여러 가지 환경 요소들에 의해 순수함과 정직함을 한동안 잊고 살다가 바른 인간형으로 성장해 가고자 하는 깨달음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성훈이에게 있어서 젊은 시절의 정직한 삶의 태도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된 계기였지만 집 대출, 엄마의 병원비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간성이 변질되어 가고 결국 황상무와 한바탕 충돌하고 나서 남자라는 사명감과 그 사명감 앞에 떳떳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사람들은 정직하게 살다가도 때론 수동적인 환경에 처해 속수무책일 경우 자신의 신조에 어긋나는 부도덕한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이 흔히 겪을 수 있거나 목격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독자들이 동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장치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성훈이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성장환경이나 생활고 등과 같은 배경을 잘 깔아 놓았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성훈이에게는 늘 가족을 괴롭히는 아버지가 있었고 “너 애비는  남자도 아니었어”라는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자주 하던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기 때문에 황상무가  “남자란 건 말이지, 저질렀으면 책임져야 한다구”라고 한 말에 눈이 휙 돌아갔을 수도 있겠다라고 공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품의 구성 측면에서 보면 사건의 위기를 작품 첫머리에 배치하여 독자에게 먼저 서스펜스를 던져 주는 것으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결말 부분에서 그 위기에 대한 해명을 덧붙이는 수미상응의 기법으로 작품의 가치를 더해 준 것 같습니다.

소설 부문에는 이상의 두 작품 외에 단편소설 <남방의 밖은 집안보다 따뜻하다>,  벽소설 또는 미니소설이라는 장르로 응모한 <고열진찰부로 가던 길에서>와 <간부경선>이 있습니다. 이 몇 편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단, 벽소설 또는 미니소설이라는 장르명을 한 가지로 정해서 쓰는 편이 좋지 않을가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맺음말

우선, 워낙 응모작의 양이 많고 훌륭한 작품도 많아서 모든 작품을 일일이 분석하여 설명드릴 수 없었던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품들을 심사했다기보다 감상했다는 편이 나을 것 같고 읽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 유행하는 “고수는 민간에 존재한다(高手在民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번 응모행사를  통해 많은 지원자분들이 두각을 내밀 수 있었고 현재는 피치 못하게 바쁜 일상을 보내는 수많은 무명고수들이 언젠가 응모에 참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음, 응모작품들에 대해 앞에서 언급하지 못했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내용을 보완하고자 합니다.

첫째, 응모작 중에 시조라는 장르명을 붙인 작품이 몇 편 있었는데 전통적인 시조와는 구성상 차이가 있어 보여서 자유시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둘째, 문학에 눈을 돌렸다는 것은 우리 말과 글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일부 작품에서 표기 오류나 잘못 사용된 어휘와 표현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품 속 주인공이 짜증나거나 욕을 해야 하는 상황 설정에서 과한 표현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경우도 보였는데 위트 있는 다른 표현으로 바꿔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으로, 작가협회의 향후 고수 발굴 공정과 인재 양성 프로젝트 추진을 조심스럽게 기대해 보면서 심사평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