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홍철

 

아플 듯이 따가운 

가을을 슬퍼하

여름매미의 등을 아프게 핥는

풀들의 주절대는 소리가 또렷하

게을러진 들의 누런 풍경

길게 허리를 

 

시간을 기다리는 

 터널 빠지는 기차 

골수 빠진   깊은 동굴로부

서늘한 바람이 가을을 몰아온

 

그리고 액자 속의 풍경마

터널 저끝에 파랗

그리고  파랗

하늘이 걸려있다.

 

 

낙타 그리고 아버

 

산을 이고 

 그림자

산보다 작은 언덕을 

길보다 먼길을 

 

뜨겁게 익은 (落果) 밟으

신음이 애처로운  

시간도 외면한 봉분을 에둘러 가고 

 

어느 

붕괴된 산의 잔해에 

박제된 미라

아버지라 믿고 싶다

그래도 봉분을 만들지 

 

굳이 비문을 새기겠다

고이 잠든 타를 깨우지 말아야겠

 

산이 무너지는 소리

천둥 같이 여운도 길구나


20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