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이겨내는 칭다오 조선족 사장들의 이야기(12)
배달이 나를 살렸다
칭다오은하수한국건강식품점 이은화 점장
코로나 19가 가장 심각하고 외출을 통제하던 시기인 2월6일 칭다오시 청양거리에는 한 여자가 운전하면서 건강식품을 배달하고 있었다.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배달을 위해 거리를 나선 그 사람의 머리 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 악으로 버티면 살겠지였다. 그렇게 위험을 무릎쓰고 시작한 배달이 자신을 살리고 가게를 살렸다고 한다. 그 사람이 바로 청양구 루방 지하에 위치해있는 ‘은하수건강식품’의 이은화 점장이다.
이은화(46세, 길림성 통화) 씨는 2002년 칭다오에 진출해 5년동안 웅진코웨이 칭다오지사에서 영업 및 A/S 직을 맡아했었다.
이 점장이 한국 건강식품을 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6월 친구의 소개로 경상남도 식품전시회에서 알바를 하면서 부터였다. 모두 건강식품인데다가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상품이라 믿음성이 있었다. 하여 도매상 자격을 취득하고 지난해 12월 루방에 매장을 오픈했다.
그런데 한달이 지나기 바쁘게 생각지도 않은 코로나 19가 닥쳐온 것이다. 그로인해 20만 위안 어치에 달하는 식품이 창고에서 고스란히 썩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그대로 모두 버려야 했으니 그 절망적인 마음은 이루다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위기 속에는 늘 기회가 있다고 한다. 이은화씨는 실말의 희망을 품고 한집한집 찾아다니며 배달을 시작했다. 날씨도 변덕스럽게 이따금 비가 오다가 얼마 후에는 눈이 쏟아지면서 길이 미끄러워 몇번 넘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악스레 배달하고 적극 홍보하면서 음료수 한박스라도 부지런히 배달했다.
“감염되면 어쩌자구 이래? 이 시기에 배달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걱정해주는 친구들의 말에 얼어들던 마음도 차차 녹아났고 대신 철저하게 방역조치를 하고 조심스럽게 집문을 나섰다.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하루종일 배달을 하고 또 주문을 받으면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를 정도로 바삐 돌아쳤다. 덕분에 달반남짓한 사이에 20만원 어치 재고를 깨끗이 처리했다.
이 점장이 취급하는 한국 건강식품은 중간거래상을 거치지 않고 직수입하여 판매하기에 한봉지를 팔아도 도매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자연 그대로 만든 생강도라지배즙, 당뇨와 고혈압에 좋다는 향초김을 비롯한 인절미 스낵, 바베김, 찹쌀 전병, 홍삼캔디, 유자차, 제주도 감귤과자, 차가버섯 등 100여가지 건강식품이 있는데 대부분이 경상남도 제품이다. 확실한 맛을 자랑하고 품질이 좋은데다 착한 가격에 주인이 열심히 배달하고 서비스도 착착 붙여주는 덕분에 단골은 코로나 위기 때 가장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요즘은 새싹보리가 좋다고 특별 주문을 부탁하는 고객, 콜라겐을 보충하고 싶은데 무엇을 먹어야 하나고 묻는 고객에 선물용 상품을 부탁하는 손님들이 단골로 불어나면서 이은화 점장은 이전보다 더 바빠 보내고 있다.
/ 김명숙 기자
사진설명: 고객에게 건강제품에 대한 설명을 차근차근 해주고 있는 이은화 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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