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모자라(외1수)
구인숙
시험날이 되면 늘 하는 모드
그토록 충족했던 시간
생각은 공부
몸은 허송세월
시험날 하루 앞두고
급기야
지푸라기도 잡는 마음으로
밤 새며 질주하면 겨우 턱걸이 신세
그럴 때마다
한숨만 내뿜는 이유는
하루가 모자라 아쉬워서이다
하루가 모자라
미완의 연속인가
하루가 매일 있어
미완의 부속물이 되었는가.
가을 그리고 발꿈치
여름내내
편해서 시원해서
맨발바람으로 신났던 그 동안
잊혀질 듯 외면당한 발꿈치
어느새 가뭄 들어
까칠까칠 양말코를 건다
헐덕이며 달려왔던
지난 여름 이야기
손길이 그리운 외진 곳에서
딱딱하게 굳은 채
가벼운 마찰을 일으킨다
아마도
행복했던 기억
외로웠던 흔적을
부드러운 손끝으로
보듬고 음미하라고
가을이
발꿈치에 패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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