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모자라(1)

구인숙

 

 

시험날이 되면 하는 모드

 

그토록 충족했던 시간

생각은 공부

몸은 허송세월

시험날 하루 앞두고

급기야

지푸라기도 잡는 마음으로

새며 질주하면 겨우 턱걸이 신세

그럴 때마다

한숨만 내뿜는 유는

하루가 모자라 아쉬워서이다

 

하루가 모자라

미완의 연속인가

하루가 매일 있어

미완의 부속물이 는가.

 

 

가을 그리고 발꿈치

 

여름내내

편해서 시원해서

맨발바람으로 신났던  동안

잊혀질 외면당한 발꿈치

어느새  들어

까칠까칠 양말코를 건다

 

헐덕이며 달려왔던

지난 여름 이야기

손길이 그리운 외진 곳에서

딱딱하게 굳은 

가벼운 마찰을 일으킨다

 

아마도

행복했던 기억

외로웠던 흔적을

부드러운 손끝으로

보듬고 음미하라고

가을이

발꿈치에 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