龍아저씨의 "상식의 시대" 칼럼 _2213

프랑스 

 

근대 문명의 발전은 우리가 인정하기 싫지만, 서양에서 시작되었음을 거부하기는 힘듭니다. 다른 대륙과 달리 유럽의 경우 사막이 거의 없고, 빙하는 일부 북쪽지역에 있기도 하지만, 지진, 화산, 대규모 홍수 등이 매우 드물게 나타납니다.

알프스가 험난하기도 하고, 다뉴브강의 홍수가 힘들게 하기도 하고, 갑작스런 지구 온난화로 최근들어서 재난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과거 몇천년 동안 유럽은 타 대륙의 환경과 비교했을  상대적으로 좋은 지리적 환경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유럽은 수없이 많은 나라들이 있을까요? 이것은 대부분 산과 강의 경계로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남부 이베리아반도는 피레네 산맥으로 프랑스와 경계를 두고 있는데, 이는 프랑스와 스페인과 포르투칼의 구분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프랑스입니다. 프랑스는 피레네 산맥, 알프스 산맥, 라인강, 대서양의 자연의 경계를 두르고 있는 유럽 중에서도 지리의 축복을 받은 나라입니다. 일단 프랑스는 유럽의 남북에 걸쳐 있는 매우 큰 땅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유럽의 다양한 국가 중에서 남유럽과 북유럽을 동시에 걸쳐 있는 나라는 프랑스뿐입니다. 게다가 유럽에서 가장 비옥한 토지를 가장 넓게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보니, 과거에도 현재에도 농업분야에서 프랑스는 부유한 나라였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을 있는 나라를 두군데 꼽으라고 하면, 스페인과 프랑스인데는 지리적으로 그 땅이 주는 잇점으로 인하여 풍요로운 삶을 살  있었기 때문이고, 특히 여기에 철학적 자아와 언어적 독창성이 뛰어난 프랑스의 경우 지리의 풍요와 문화의 독창성 및 자부심이 얽혀서 유럽의 그 어떤 나라보다도 자국의 문화에 자부심이 강한 나라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중국과도 매우 비슷합니다. 독창적인 언어와 그 언어로 담아낼 수 있는 깊이 있는 표현력, 그리고 오래전부터 그 언어로 갖추어진 고유의 사고와 그 사고를 유지하고 전승시킨 말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문화와 철학, 무엇보다 광활한 대지와 풍부한 생산량에 의한 자국에 대한 깊은 자부심은 중국과 프랑스의 매우 비슷한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중국의 경우도 요리와 요리에 관련된 문화가 매우 발달되어 있으며, 프랑스 또한 요리에 대한 자부심은 어떤 나라에 비해도 뒤쳐지지 않을 만큼높은 콧대를 자랑합니다.

유럽인들 사이에서도 가장 고급요리는 통상적으로 '프랑스요리'라고 생각하는데요. 다양한 기후를 바탕으로 다양한 식재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바다에서는 한류와 난류의 해산물을 다 같이 접할 수 있고, 드넓은 평야에서는 뛰어난 와인이 곁들여지므로 프랑스요리는 자연스럽게 유럽인의 가장 고급스럽고 맛있는 요리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중국의 경우 광동지역의 요리가 프랑스의 요리와 매우 비슷한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곳 모두 재료 본연의 맛을 최우선으로 여기는데요. 프랑스인들의 의식 속에는 가장 최고급의 요리는 이렇게 최고급 재료와 최고급 포도주를 곁들여야만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하니, 만일 프랑스요리를 드실 기회가 된다면, 재료 자체가 요리명인 것을 가장 우선 드셔보는 것이 좋을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프랑스요리를 구분하여 보면 나름 '등급'이 있는데 이는 재료와 가공법에 의한 구분입니다. 언급한 바와 같이 최우선은 '고급 재료, 고급 와인' 요리이고, 두번째는 '오븐을 이용하여 재료의 원맛은 최대한 살리고 순수하고 단백한 맛을 즐기는 요리법' 이며, 그 다음은 '기름을 이용하여 팬으로 지지거나 볶은 요리이며, 마지막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낮은 위치의 요리는 '냄비에 넣고 끓인 요리' 입니다. 재료를 냄비에 넣고 끓이면 재료 본연의 맛이 국물로 빠져나오니 이는 과거에 가난한 사람들이 음식의 양을 늘여 배부르게 먹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어디를 가도 비슷한데요, 한국의 경우 한끼 배부르게 먹는게 중요할 때는 모두 국과 탕을 만들어서 여러명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저의 경우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가 부산의 돼지국밥인데요. 이 국밥은 한국전쟁통에 만들어진 음식임을 생각해보면 나름 납득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신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렇게 양을 늘여서 어려운 시기를  부르게 먹을 있었던 음식들은 다른 한편으로 보면 지방의 '소울푸드'이기도 하기에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의 스튜요리들이 프랑스 요리에서 하위급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며, 쉽게 구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식하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이 유럽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문화적 자부심이 강하기에, 그들 나름대로 요리를 대하는 태도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식사시간에 매우 까다로운 에티켓을 지켜야 합니다. 생선은 뒤집어서는 안되며, 닭고기를 손으로 뜯어 먹으면 안되고, 와인을 직접 따라 먹어도 안되고, 식사시간  한쪽팔을 늘여 뜰여도 안되며 반드시 두팔이 식탁 위에 있어야 하고, 트림을 하거나 소리를 크게 내어서도 안된다고 합니다.

중국과 비슷하기도 한데, 가장 큰 차이는 중국의 경우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리면 안되지만, 반대로 프랑스는 음식을 남기게 되면 맛이 없어서 남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중국의 경우 지방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정식으로 손님을 청해서 음식을 먹을 때는 첫번째 차와 간단한 小菜가 나오고 다음 전채(前菜)가 나옵니다.  전채는 본격적인 식사의 시작이죠, 전채에는 렁차이(冷菜)와 살짝 炒한 热菜가 같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프랑스와 비교해볼까요? 프랑스는 먼저 아페리티프(L'Apéritif)라고 하며, 간단한 알콜음료를 먼저 마십니다. 와인도 좋고, 위스키도 좋고, 여성의 경우 칵테일도 좋습니다.

중국이 차를 마시는 것은 배를 따뜻하게 하여 음식 먹을  편하게 하는 것이라, 프랑스의 식전 알콜 한모금 또한 혈액순환을 돕고 음식소화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프랑스의 전채요리는 앙트레(L'Entrée)라고 하여 수프, 파이, 치즈 등을 먹습니다. 중국도 경우에 따라 전체를 여러가지로 시키는 것처럼 프랑스는 전체요리가 꽤 종류가 다양합니다.

한국에서는 횟집에 가면 먼저 나오는 튀김등 전채요리로 배부른 경우가 많은데, 프랑스나 중국요리도 먼저 다 먹어버리면 배 부르니 주의해야 겠습니다.

중국의 전채(前菜)요리 다음은 주차이(主菜)가 나오겠죠. '볶음, 튀김, 조림, , 구이, 채소' 를 골고루 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주채는 중국에서 사람의 수만큼은 기본적으로 시켜야 됩니다. 이렇게 접시에 담긴 차이(主菜)들이 나오고 나면 ,그다음은 탕이 있어야 하고 또한 화룡점정(画龙点睛)이 되는 요리가 나와야 하는데 일반적으론 '물고기'요리가 그 자리를 차지하죠. 그리고 나면 주식(,면등)과 후식(과일 )을 먹습니다. 물론 이는 매우 간단히 중국 코스요리를 언급한 것인데요.

이를 프랑스 요리와 비교해보면 프랑스에서는 전채요리 다음으로 푸아송(Poisson,생선)이 나오고, 그 다음부터는 메인요리로 육류(비앙드 Viande)가 테이블에 올라옵니다. 메인 요리를 먹고 나면 샐러드가 나오고, 그 다음 입맛을 정리해주는 소르베(Sorbet,샤베트 Sherbet), 그리고는 치즈(Fromage, 프로마주), 푸딩같은 데세르(디저트, dessert,후식)의 순서로 코스가 진행되며 빵과 커피, 꼬냑 과 와인은 전체적으로 곁들여 먹기도 합니다.

아페리티프(L'Apéritif)-앙트레(L'Entrée)-푸아송(Poisson,생선)-비앙드(Viande)-소르베(Sorbet)-프로마주(Fromage)-데세르(dessert) 의 순서는 왠지 기억하면 매우 가끔은 쓰임이 있는 단어일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좋은 땅을 차지하고 그렇기에 가장 다양한 역사의 변화를 겪은 프랑스는 영국과는 영원한 앙숙이며, 독일과는 서로를 두려워하는 농업과 공업의 대칭점에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다민족국가이면서도 프랑스어권을 중심으로 90퍼센트가 넘는 동일언어를 공유하는 민족국가적 성격도 가지고 있으나, 역사적으로는 플랑드르나 알자스 지방처럼 언어뿐아니라 앙숙이었던 관계까지를 가지고 있는 유럽의 핵심 중에 핵심인 프랑스를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먼저 간단히 음식문화를 중심으로 기본적인 내용을 알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본격적인 프랑스 역사를 찾아 나아가 볼까 합니다.

2022.05